고등 학교 동창생이 있었다. 학창 시절에는 절친한 친구 사이 였지만,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흩어져 한 사람은 대전에서 살았고, 한 사람은 서울에서 살았다. 이들은 서로 먹고 사는데 바빠서 가끔씩 전화 연락이나 하면서 지냈다.
그런던 어느 해, 대전에 사는 친구가 서울에 볼 일을 보러 올라 왔다가 지갑을 잃어 버리고 말았다. 돈을 몽땅 잃은 그는 당장 대전에 내려 갈 차비도 없어서 난감한 처지에 몰리고 말았다. 그렇다고 멀정한 신사가 구걸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는 수 없이 그는 서울에 사는 친구의 도움을 받기로 하고 찾아갔다. 친구를 만난 그는 자초지종을 말하고, 대전에 도착하는 즉시 돈을 부쳐 주겠다고 하고 3 만원을 꾸어 달라고 했다.
친구는 그의 딱한 사정을 알고 3 만원을 선뜻 꾸어 주었다.
그는 친구의 도움으로 무사히 대전으로 내려 올 수 있었다. 그런데 그는 대전에 도착하는 즉시 돈을 부쳐 주겠다고 한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친구사이에 그만한 돈 쯤은 부쳐 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아예 잊고 지냈다. 그런 그에게 서울 친구로 부터 편지가 왔다. 꾸어 준 3 만원을 빨리 부쳐 달라는 내용이었다. 편지를 읽던 그는 갑자기 불쾌감이 솟구쳤다.
" 친구사이에 그까짓 3 만원을 가지고 째째하게 편지를 하느냐 ? " 고 친구를 비난하고는 오기로 돈을 부쳐 주지 않기로 했다.
결굴 이들 관계는 3 만원을 꾸어 쓰고 갚지 않은 배짱과, 그것을 끝까지 받으려는 깐깐함이 대립되어, 만나기 조차 서먹서먹한 불편한 관계로 돌아서고 말았다.
액수의 많고, 적음에 상관 없이 돈 관계과 깨끗하지 못하면 이들처럼 불편한 관계가 되고 만다.
그는 친한사이 이므로 .. 그는 부자이기 때문에 .. 그는 나보다 형편이 좋으니까 적은 돈 쯤은 갚지 않아도 된다는 사고 방식은 매우 위험하다
큰 돈 보다 적은 돈이 오히려 더 깊은 마음의 상처를 낸다.
돈을 꾸어 준 사람은 그것을 끝까지 받으려 하다가 치사한 사람이라는 상처를 받게 되고, 돈을 꾸어 쓴 사람은 그까짓 돈 쯤이야 하고 갚지 않다가 믿지 못할 사람이라는 상처를 받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