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남성들의 담배 사용이 갑자기 늘어나자 자연스레 담배회사의 수익도 폭증했다. 이제 여성이란 두 번째 시장을 뚫을 때가 온 것이다. 더 많은 여성들을 흡연으로 이끄는 길이 무엇일까. 아메리칸타바코 사장 조지 워싱턴 힐은 여성들의 허리선을 겨냥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날씬한 몸매가 유행을 타고 있으므로 담배가 여성들의 배고픔을 충족시켜줄 무지방 처방으로 팔릴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고용된 이가 에드워드 버네이즈였다.

에드워드 버네이즈는 1930년대 당시 금기시되던 여성 흡연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버네이즈는 전문가를 동원해 여성의 마른 몸매를 치켜세우게 만들었다. 잡지와 신문 지면은 살빼기 유행에 관한 자료와 날씬한 모델들의 사진으로 채워졌다. ‘식사를 바르게 끝내는 법은 과일, 커피, 그리고 담배 한 개비’라고 충고하는 전문가의 말이 각종 언론에 실렸다.

버네이즈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사람들의 식습관을 직접적으로 바꾸려 했다. 호텔 디저트 목록에 담배를 추가하도록 촉구했으며, 주부들이 부엌 선반을 만들 때 담배를 넣을 공간을 마련하도록 제안했다. 또 여성 해방과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권리를 연결해 길거리에서 행진을 벌이도록 유도했다. 담배는 독립적인 페미니스트이자 자유를 추구하여 관습을 깨뜨린 대담하고 매력적인 여성의 상징으로 격상했다.

‘여론을 만든 사람, 에드워드 버네이즈’는 ‘PR의 아버지’라 불리는 에드워드 버네이즈의 자취를 짚어간다. 지은이는 미 일간 보스턴 글로브의 기자인 래리 타이. 책은 버네이즈의 삶을 프리즘으로 PR 기법의 진화 과정과 PR이 어떻게 미국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지 투영한다.

버네이즈는 여성 흡연을 이끌었을 뿐 아니라 미국인의 아침 식탁에 베이컨과 달걀 프라이가 올라가고 욕실에는 아이보리 비누가 놓아지며, 책장에는 책을 꽂도록 만들었다. 그는 PR를 통해 정치·외교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쳤다. 1950년대에는 과테말라 사회주의 정권으로부터 위협을 받던 바나나수입회사 유나이티드푸르츠를 도와 과테말라 사회주의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일조했다.

에드워드 버네이즈는 PR에 애정과 자부심을 갖고 있었고, 뛰어난 창의력과 집요한 해결 능력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모순덩어리이기도 했다. 인내와 민주주의를 선전하면서 직원들을 거칠게 다루었고, 국가건강보험을 판촉하면서 담배 판매를 촉진했다. 여성의 권리를 지지했지만 여성 직원과 부인은 낮추어 대했다.

책은 PR인 한 사람이 역사적으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사회 이슈와 트렌드를 이끌 수 있는지 보여준다. 책은 버네이즈가 PR에 큰 공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정보 조작의 아버지’이기도 하다는 비판적인 평가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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